스트링스(Strings)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봤다. 엄밀히 말해 사람이라고는 단 한명도 출연하지 않는 영화이지만, 오랜만에 좋은 영화를 봤다는 뿌듯함이 가득하다.
스트링스(Strings)는 제목에서 의미하는 대로 “줄”을 의미한다. 이 영화의 주인공이 바로 줄로 조종하는 꼭두각시들이기 때문에 붙여진 제목이다. 이 “줄”이라는 것이 이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것이니 만큼 의미또한 다양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할 정도로 너무 절묘한 표현이었던 것 같다. 인간으로 얘기하면, “생명”, “사랑”, “운명” 등이 바로 이 꼭두각시들에게는 “줄”이라는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감탄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또 이 꼭두각시들의 세밀한 표정이었다. 사실 표정이 세밀하진 않다. 꼭두각시의 특성상 이미 만들어진 얼굴로 겨우 줄 수 있는 변화라고는 눈을 깜빡이는 것 밖에 없으니…
그런데도 이 영화에서는 꼭두각시들이 표정이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게다가 나이에 따른 상세한 표현하며…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와 음악또한 표정이 없는 꼭두각시에 표정을 느끼게 해준 훌륭한 장치가 아니었나 싶다.
아름답고 세밀한 화면또한 인상깊은 장면이었다. 태양이 이글거리는 사막이라던지 달빛언덕에서의 로맨스 장면. 혹은 치열한 전투의 흔적을 알리는 전장이라거나 혹한을 표현하는 방법. 이 모든 것들이 낯설고 신비로우며 또한 놀랍게 다가왔다. 어떻게 이런 식으로 표현을 할 생각을 했으며, 할 수 있었는지 계속 감탄하는 것 외에는 별다는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 영화만의 독특한 세계관. 특히 죽음과 탄생에 대한 생각과 표현은 인상깊었다.
스토리 라인을 본다면 너무 식상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어느 왕국의 왕자가 간계에 빠져 아버지의 복수를 하려다가 진정한 사랑을 알고 적을 용서하는 것으로 복수를 대신하다는 식의 몇줄거리도 안될만한 이야기이지만, 실제로 그런 내용들을 표현하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지를 본다면 그리 만만히 볼만한 내용만은 아닌 것 같다.
아직 미개봉작이라고 그랬는데 어느 고마운 분께서 영어 번역도 직접해주셔서 별 어려움없이 좋은 화면으로 이런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고맙다. 그간 볼 영화가 없어 솔직히 좀 실망도 하고 짜증도 났었는데, 오랜만에 이런 뿌듯한 느낌을 가져본다.

극장에서 개봉하게 되면 한번 더 봤으면 좋을 정도로(나한텐 이게 최고의 찬사), 좋았던 영화였다. 아니,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야하나… 아무렴 어떤가. 재밌고 좋으면 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