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주부퀴즈왕]을 보다.
미스터 주부퀴즈왕을 봤습니다.
한국영화식 코미디에 많이 질려있던 터라 큰 기대는 안했습니다.
그저 남성주부라는 가볍지 않은 소재를 가지고 또 자기들 마음대로 희화화 시켰겠거니…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여느 코미디 영화처럼 말도 안되는 식으로 억지감동을 끌어내려하겠거니… 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르더군요.
분명 남성주부는 가볍지 않은 소재입니다. 남자가 집안일을 한다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무능력의 상징입니다.
몇년전에 만화가 최정현씨의 “반쪽이의 일기”를 작게나마 문화적 충격을 경험했는데, 그것은 사실 전업주부라기 보다는 만화가라는 직업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가사를 많이 전담하게 되었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주부퀴즈왕은 최근 손창민씨가 출연했던 “불량주부”와 마찬가지로 재택근무가 아닌 전업주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잠시 최정현씨의 얘기로 돌아가자면, 가사를 전담하면서 일어난 일을 기록한 “반쪽이의 일기”에서 반쪽이는 주변에서 최정현씨를 보는 시선입니다. 완전하지 못한 소위 모자란 놈, 덜떨어진 놈으로 본다는 거죠. 그 뒤로 몇년이 지났다고는 하나, 사회적인 시선이라는게 고작 몇년으로 쉽게 바뀔리 없습니다. 특히 남자와 여자의 역할에 관한 문제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아버지에게 말도 못하고, 친구들에게 무시받고 심지어 자신의 반려자마저 “집에 있으면서 일도 안하는” 사람으로 보는 시선을 견뎌내야 합니다. 다른 주부들이 인정해주는 우수한 주부라도 말이죠.
영화얘기로 더 들어가면… 주부퀴즈왕을 재밌게 봤습니다.
그런데 가볍지 않습니다. 분명 코믹이라는 형식을 빌려 얘기를 풀어가지만, 희화화된 것은 오직 주변사람들일 뿐, 남성전업주부라는 상황을 직접 겪는 당사자들은 늘 자신의 상황에 대해, 가정에 대해 고민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코믹하면서도 가볍지 않은 영화가 되었습니다. 예상했듯이 결말은 해피엔딩이지만, 그 과정이 결코 억지스럽지 않은 것은 당사자들이 늘 고민하는 모습을 영화에서 계속 그려줬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들에게 가장 큰 걸림돌은 사회의 시선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으니까요.
한석규씨, 신은경씨도 참 각자의 캐릭터를 잘 그려낸 것 같습니다.
솔직히 초반부에서 한석규씨가 여장을 했을땐 “이 배우가 망가질때까지 망가지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이 영화도 뻔한 영화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뻔한 영화는 안되고 오히려 잘 구성된 영화가 되었습니다. 몇년만에 한석규씨를 스크린에서 처음보는데, 전업주부로서의 고민을 잘 표현해낸 것 같아 제가 다 뿌듯합니다.
칭찬을 했으니 이제 아쉬운 점을 말할 차례입니다.
사회적인 통념을 깨고자 했던 영화가 여전히 그 통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을 봤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불량주부”도 같은 식의 전개가 나타나는데, 그건 바로 극 중에서 공형진씨가 말한 “여자와 접시는 내돌리면 깨진다” 입니다. 다시 말해, 밖에 나가서 직장일을 하는 여자는 반드시 “유혹”이 다가옵니다. 흔들렸건 그렇지 않건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꼭 그러한 사회적 통념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듯 기혼 직장여성에게는 유혹이 다가옵니다. 직장생활의 힘겨움을 말하는 거라면 굳이 필요하지 않았으며, 갈등의 기폭제로서는 너무 뻔한 장치였습니다. 결국 스토리의 한계라는 걸 스스로 인정한 꼴이 되어버린거죠. 기혼여성에게는 그들만의 페로몬이 있는지 꼭 전업주부인 자신의 남편과는 상반되는 잘생기고 유능한 남자들이 유혹합니다. 특히 이들은 경제적 능력 혹은 그에 준하는 사회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게 특징입니다. 이것만 아니었다면 잔잔한 감동과 치우치지 않은 깔끔한 전개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었을텐데 아쉽습니다.
영화는 전체적으로는 평이합니다. 크나큰 반전도 없고, 큰 갈등도 없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이라면 누구나 그런 고민에 빠져들 매우 보편적인 고민입니다. 극 중 이수인(신은경 分)이 말한 사람사는 이야기가 있는 그런 영화입니다. 한번쯤은 보셔도 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평점 : 4.0/5.0
20자평 : 재밌지만 가볍지 않은 고민을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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